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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딩을 위한 올바른 시장조사를 위해 3개의 렌즈가 필요하다. 3개 렌즈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각 렌즈가 가지는 의미를 포함한 5가지의 핵심 키워드를 알아봅니다.

     

     

    51. 시장을 바라보는 3개의 렌즈

     

    시장을 조사하는 데 있어 시력과 상상력을 동원해서 뭔가를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는가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브랜드 현장에서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해답을 찾는 세 부류가 있다. 첫 번째는 시장조사 과정에서 나온 소비자 조사 결과들을 맹목적으로 시장의 정답처럼 말하는 사람이다. 두 번째는 가족들이 툭 던진 의견, 지인들의 솔직 담백한 건의,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일치한 특정 조사자들의 푸념을 정답처럼 믿는 사람들이다. 세 번째는 회의 시간에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중에 제일 그럴듯하고 다수가 동의하는 제안에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고 다수결로 정답을 결정하자는 사람이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내용은 시장조사 능력과 시장조사 취향에 따라 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다. 올바른 시장조사를 하기 위에서는 어떤 조사법을 찾아야만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 개의 렌즈가 필요하다.

     

    첫 번째 렌즈는 빛을 퍼지게 하는 성질을 가진 오목렌즈다. 주로 넓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자동차의 백미러로 많이 사용된다. 스마트폰의 기록적인 판매량은 과연 어떤 사회를 만들어 냈을까? 지하철을 타면 예전처럼 신문을 보거나 책을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이것으로 인해서 DMB 방송과 지하철 매체 시장도 거의 사라지게 됐다. 시장조사에서는 이처럼 작은 점(사건)에서 전체(큰 그림)를 보는 관점도 필요하다.

     

    두 번째 렌즈는 빛(소비자의 욕구)을 한 곳으로 모으는 볼록렌즈다. 우리 머리 위에 떠 있는 태양이 6,000°C일지라도 한 곳으로 모인 초점이 아니라서 아무것도 태우지 못하는 것처럼 시장의 흐름이 한 곳으로 모이는 것(무엇인가를 태우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이 초점과도 같은 '관점'이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볼록렌즈는 빛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꾸기도 한다. 돋보기라 불리는 이 렌즈의 기능은 작은 것을 크게 볼 때 사용된다. 집에 냉장고가 있었지만 그것은 김치를 보관하고 둘 항아리의 대체품이 되지 못했다. 그 욕구에 초점을 맞춰 '김치냉장고'라는 카테고리가 생기게 되고 '딤채'라는 브랜드가 시장에 나오고 김치를 담그지 않고 마트에서 손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종갓집 김치'라는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선보이게 됐다. 이처럼 시장에서 태양(새로운 변화)이 떠오르면 사람들의 마음에는 볼록함(욕구와 필요)이 생기고 어딘가로 초점이 모인다. 따라서 시장조사를 할 때 단순히 넓게 보기보다는 그 많은 빛들의 초점이 어디로 모아 지는가를 살펴야 한다.

     

    세 번째 렌즈는 카메라의 펜타프리즘(Pentaprism, 다섯 면이 있는 반사 프리즘으로 빛을 90도로 굴절시킴)처럼 카메라 렌즈에 의해 상하가 바뀐 것을 바로 잡는 렌즈다. 오래전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통해 사람을 보면 사람 상이 뒤집혀 보였던 것은 펜타프 리즘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생각해 보자. 왜 어느 날 갑 자기 수많은 시계 브랜드가 사라졌을까? 휴대폰 시장의 확대 때문이다. 왜 갑자기 연간 매출만 수천억 원씩 올리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등장했을까? 주 5일 근무제와 건강에 관한 TV 프로그램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에도 상하좌우가 있다. 따라서 작용과 반작용이 일어나는 시장 구조를 살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시장 조사는 경쟁 관점에서 시장점유율 순위에만 관심을 가지고 진행된다. 또 한편으로는 출처가 불명확한 유럽 및 미국의 트렌드만 따르고 있다. 이런 시장조사만 진행되면 결과가 나오더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지식으로 전락하고 만다. 시장조사는 앞의 세 가지 렌즈를 통해 제대로 시장을 분석해야만 의미를 지닐 수 있다.

     

     

     

    52. 브랜드 성지순례

     

    성지순례는 종교적 목적을 지닌 여행으로서 일상에서 벗어나 신앙심을 고취하고 새로운 종교적 경험을 얻고자 하는 종교의례의 일종으로 기독교에서는 예수가 활동한 이스라엘 지역을 여행하거나 로마 초기 교회들을 돌아보는 순례가 있고 이슬람교에서는 일생에 한 번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출생지인 메카를 도는 순례를 종교적 의식으로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브랜드 마케팅 분야에서의 성지순례는 좀 더 현실적인 적용이 가능하다.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 시장조사를 할 때 특정 카테고리의 유명 브랜드들의 현주소를 알기 위해 이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을 골라 루트를 짜고 기념비적인 브랜드 성지를 순례하듯 돌아보는 것이다. 내가 몇몇 브랜드를 추앙하는 일종의 종교인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어떤 브랜드의 계시를 받아 여행을 시작했으며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 지역을 돌아다닌다고 생각해 보면 런칭 전 브랜드 성지순례도 종교적인 성지순례와 다를 바가 없어진다. 성지순례의 효과도 더욱 극적이다. '시장조사 나온 마케터'의 시각에서 보는 시장과 '의미 있는 성지들을 돌아보는 순례자'의 시각에서 보는 시장은 분명히 보는 것부터 달라진다.

     

    마케터는 제품과 소비자를 보지만 순례자는 성지의 정신적 가치와 감동, 그리고 자신과 같이 이런 감정을 공유하는 다른 순례자들을 만나게 된다. 마케터는 눈에 보이는 것을 보고, 순례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브랜드는 진정한 의미에서 시장조사가 아니라 성지순례를 통해 잉태된다.

     

     

     

    53. 브랜드 실전 체험

     

    브랜드를 만드는 브랜더라면 꼭 해봐야 하는 체험이 있다. 영화관에 앉아서 바람이 부는 것을 화면을 통해 눈으로 보는 것과 밖에 나가서 바람을 직접 쐬어 보는 것이 다른 것처럼, 브랜드를 눈으로 보고 기억하는 것과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작동이다. 브랜드를 체험하는 것은 마치 광고 속에서만 보던 브랜드를 마음속에서 4D로 입체적인 경험을 하는 것과 같다.

     

    브랜더들이 흔히 하는 착각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자기가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경험해 보지 않고도 브랜드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브랜드를 구매하러 가서 내가 고른 것, 친구가 골라 준 것, 직원이 골라 준 것이 얼마나 다른지 느껴 보자. 충동구매로 산 것, 특이해서 산 것, 내 돈으로 산 것, 선물 받은 것 또한 같은 상품이라도 모두 다른 느낌을 준다. 이런 실전 체험을 통해서 남이 사는 것을 별 감정 없이 지켜보던 관찰자(브랜더)에서 (사고 후회하는) 소비자가 되어 보아야 한다.

     

    내가 만든 브랜드뿐만 아니라 새로운 전자제품이 나오면 매장에 진열된 상품을 만져 보고, 의류 매장에 가서 옷을 사지 않더라도 새로운 옷을 입어 보고 거울을 보라. 제일 싫어하는 음악도 들어보고 새로 오픈한 카페가 있으면 들어가서 마셔 보라. 이런 모든 체험들이 낯선 것으로부터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해 준다. 보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는 말처럼 실제로 자신의 돈으로 사지 않으면 소비자의 마음을 알 수 없다. 브랜드 실전 체험은 그래서 소비자보다 브랜더에게 더 필요한 훈련이다.

     

     

     

    54. 블랙홀 시장 창조 전략

     

    신성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내뿜는 별의 폭발을 초신성이라고 한다. 빛나는 현상이 마치 새로운 별이 태어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신성이라는 명칭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수명이 다한 별이 폭발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는 것이다. 이러한 별이 사라질 때 그 중심핵에서 종종 압력에 의한 수축으로 블랙홀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블랙홀이 생기면 주변에 모든 별들은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사라진다. 이런 블랙홀 현상은 시장에서도 일어난다.

     

    시장에는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 절대 브랜드들이 있다. 시기와 지역별로 차이가 나지만 콜라 시장의 코카콜라, 껌 시장의 롯데 자일리톨, 라면 시장의 신라면과 같은 브랜드들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간혹 이런 브랜드가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블랙홀 시장이 생긴다. 이처럼 슈퍼 브랜드가 진화의 끝단에서 블랙홀 시장을 만들면서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상품군 전체가 사라지거나 수많은 브랜드가 통째로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휴대폰의 등장으로 삐삐 브랜드들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경우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 정도로 대변되던 먹는 문화에서 웰빙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변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웰빙으로 사람 들 인식 속에 적게 먹는 것이 건강을 챙기는 것일 뿐만 아니라 지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세워지며 의식의 블랙홀이 생겼다. 이런 개념은 의식주휴미락의 모든 분야에서 기름기 있던 개념들을 모두 빨아들여 사라지게 만들었다. 우리가 보고 있는 휴대폰 시장의 초신성 현상과 그로 인해 스마트폰 시장이라는 블랙홀 시장이 창조되는 것이다. 더 세부적으로 말한다면 블랙홀 생성의 중심에 있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튠즈는 그야말로 전 세계의 재미와 기술에 새로운 질서를 제시했다. 애플은 기존 시장을 붕괴시키고 자신만의 새로운 시장을 창조했는데 이것이 블랙홀 시장 창조 전략 인 셈이다. 즉 브랜드가 블랙홀 시장의 생성을 촉진하는 것이다.

     

    블랙홀
    블랙홀

     

     

     

    55. 트렌드와 시대정신

     

    트렌드라는 말의 이면에는 '소비자들이 모여드는 곳, 그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곳'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이렇듯 브랜드에게 있어 트렌드는 그야말로 흥분을 일으키는 단어다. 흔히 트렌드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단어를 나열해 보면 유행, 패션, 웨이브, 쏠림' 등이다. 이것들은 주로 트렌드가 나타나는 이유가 아니라 그 현상 자체에 주목했을 때 떠오르는 단어다.

     

    이렇게 좁은 의미의 유행이라도 소비자들로 하여금 많은 돈을 쓰게 만들기 때문에 다수의 브랜드들이 이것을 발견하고 따라 가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브랜드가 알아야 할 트렌드의 개념은 이게 전부인지 의문을 가져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것이 전부라면 왜 유행에 꽤나 민감하던 브랜드들도 한순간에 사라지고 마는 걸까? 도대체 왜 이런 트렌드들이 나타나는 것일까? 브랜더가 근본적으로 꼭 알아야 할 것은 트렌드보다 그 속에 숨겨진 트렌드 발생의 이유다.

    트렌드 전문가들은 우리의 삶에 결핍이 느껴지고 그것이 위기로 다가와서 변화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집단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트렌드라고 말한다. 트렌드는 그야말로 인간과 인간 집단의 의식(혹은 무의식), 욕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그래서 트렌드의 '왜'를 알기 위해서는 '시대정신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

     

    시대정신은 독일의 역사철학자인 헤르더에 의해 처음 사용된 단어로 동시대 사람들에게 널리 퍼진 정신적인 경향이나 태도, 이념 등을 의미한다. 시대정신은 역사적인 흐름 안에서 과거의 영향을 받아 계속 변화하는 집단적인 의식이기 때문에 시대정신을 파악한다는 것은 사실 인간과 그 집단을 파악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과거에 브랜드가 단순한 상표 정도에 불과 했다면, 지금의 브랜드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강력한 영향력 또는 상징에 가깝다. 따라서 브랜드가 알아야 할 트렌드는 일시적인 유행을 의미하는 패드도, 시즌성을 염두에 둔 패션도 아닌, 그보다 더 큰 개념의 시대정신이다. 짧은 유행에 생명을 맡기지 않고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트렌드를 이용하여 자신만의 독보적인 문화를 만드는 데 더 집중할 수 있다. 트렌드가 시대정신이라는 관점을 갖는 순간 시장을 보는 눈도, 브랜드를 대하는 태도도 그 호흡이 더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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